오래전부터 삼겹살 하나만큼은 제대로 하는 집이 있다는 소문을 익히 들어왔던 수원. 기회가 닿아 그곳, ‘신사강 정육점 식당’을 직접 찾게 되었다. 허름해 보일지도 모르는 동네 고깃집 같은 외관과는 달리, 이곳은 이미 많은 미식가와 푸드 유튜버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음에도 가게 안은 이미 고기를 구워 먹는 손님들로 꽤나 활기가 넘쳤다. 30년이 넘는 업력을 자랑하는 이곳이 과연 어떤 맛으로 나를 맞이해 줄지, 설레는 마음으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를 살펴보았다. 소고기도 취급하지만, 이곳이 명성을 쌓은 주력은 단연 돼지고기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망설임 없이 삼겹살 3인분을 주문했다. 200g에 1.8만 원이라는 가격은 육질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납득할 만했다. 정육 식당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신선한 원육을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고기를 직접 구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훌륭한 원육은 그 수고로움을 기꺼이 감수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윽고 테이블 위에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기와 함께 곁들여 먹을 채소 위주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짓수가 제법 많아 푸짐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각각의 맛은 무난했지만, 특히 파절이의 경우 양념 간이 조금 더 배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아주 조금 남았다. 하지만 이내 곧 그런 작은 아쉬움은 잊히게 될 특별한 경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기본으로 제공되는 선지 해장국이었다. 마치 갓 끓여 나온 듯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뚝배기에는 고기가 들지는 않았지만, 신선한 선지와 부드러운 우거지가 듬뿍 담겨 있었다. 한 숟갈 뜨자마자 시원하고 깊은 국물 맛이 입안 가득 퍼지며 해장국 특유의 개운함이 느껴졌다. 텁텁함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국물은 식사를 시작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에피타이저였다.

곧이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삼겹살이 등장했다. 눈으로 보기에도 이미 합격점이었다. 살코기와 지방의 비율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신선한 원육 특유의 붉은빛이 선명했다. 가게 한편에서 주문 즉시 썰어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선도는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이미 먹기 좋은 한입 크기로 정형되어 나와, 번거로움 없이 바로 불판에 올릴 수 있었다.


기울어진 불판 위로 삼겹살을 올리자, 치익- 하는 기분 좋은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돼지기름에 김치와 콩나물무침, 파절이를 함께 올려 구워 먹으니 더욱 풍성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삼겹살의 두께감도 꽤 있어서 굽는 동안에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탄탄함을 유지했다.

잘 익은 삼겹살 한 점을 집어 기름장에 콕 찍어 입안에 넣었다.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잡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특별한 양념 없이도 그 자체로 풍부한 육향과 고소함이 느껴졌다. 마치 삼겹살이라는 음식의 본질적인 맛을 제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무엇을 더 뿌리거나 곁들일 필요 없이, 순수한 삼겹살 본연의 맛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씹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육즙은 황홀경 그 자체였고, 지방과 살코기의 완벽한 밸런스는 마치 잘 짜인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로운 풍미를 선사했다.
한 점, 두 점, 어느새 3인분이라는 양이 훌쩍 줄어들었다. 기름진 삼겹살의 풍미를 충분히 만끽한 후, 좀 더 색다른 매력을 가진 부위를 맛보고 싶어 항정살을 추가로 주문했다. 항정살 역시 200g에 2만 원으로, 두툼한 두께와 보기 좋은 정형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항정살은 삼겹살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씹을 때마다 터져 나오는 풍부한 육즙과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전에 없던 미각적 즐거움을 선사했다. 숙성육이 아니기에, 굽기 전에 살짝 소금을 뿌려주면 밋밋함 없이 더욱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팁을 얻었다. 이 항정살 또한 두툼한 두께 덕분에 씹을수록 진한 육향과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식사의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생고기 김치찌개를 1인분 주문했다. 점심시간에 이 김치찌개를 맛보기 위해 방문하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였다.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다. 새콤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하는 신김치가 듬뿍 들어간 국물은 자극적이면서도 중독성이 강했다. 밥 한 숟갈에 김치찌개 국물을 듬뿍 적셔 먹으니, 그 어떤 반찬 부럽지 않은 훌륭한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고기가 아주 가득 들어있지는 않았지만, 김치찌개 본연의 맛을 살리기에 충분했고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았다.
신사강 정육점 식당은 겉보기와는 다른 내실을 가진 곳임이 분명했다. 좁은 테이블 간격과 저녁 시간의 붐비는 분위기는 아쉬운 점으로 꼽힐 수 있겠으나, 이는 곧 이곳의 인기를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주차가 다소 협소하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러한 불편함마저도 상쇄할 만큼, 이곳의 삼겹살과 항정살은 훌륭한 품질과 풍미를 자랑했다. 고기 하나만큼은 제대로 된 곳에서 즐기고 싶다면, 이곳 ‘신사강 정육점 식당’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입안 가득 퍼지는 육즙의 황홀함과 풍미 가득한 여운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