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월요일 점심, 늘 그렇듯 뭘 먹을까 고민하다 동료들과 함께 동래로 향했다.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조금은 여유로운 곳에서 맛있는 점심을 즐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의 목표는 바로 짭짤하고 고소한 돼지 껍데기와 뜨끈한 국밥의 환상적인 조화를 맛볼 수 있는 이 동네의 숨은 맛집. 점심시간이라 혹시나 사람이 너무 많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적당한 인파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가게 외관은 번화한 대로변보다는 동네 골목길에 자리 잡은 듯한 소박한 모습이었다. 주황색 건물의 옥색 간판이 눈에 띄었다. 좁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정겨운 돼지 냄새가 코를 스쳤다. 예상대로 가게 안은 동네 어르신들과 단골손님들로 보이는 분들로 북적였다. 다들 편안한 복장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다. 우리가 막 자리에 앉자, 시크하지만 친절한 이모님께서 소주를 권하셨다. 앗, 오늘은 점심인데! 하지만 이미 주변 분위기에 휩쓸려 ‘낮술’의 유혹이 솔솔 피어올랐다.
가게 메뉴판은 나무로 된 커다란 칠판에 손글씨로 적혀 있었다. 복잡하지 않고 딱 필요한 메뉴들만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돼지갈비, 돼지 모듬, 돼지 껍데기, 그리고 점심 메뉴로는 돼지국밥과 수육백반 등이 보였다. 처음 방문한 우리들은 망설임 없이 대표 메뉴인 돼지 껍데기와 지인들의 추천 메뉴인 돼지 모듬을 주문했다. 역시 이곳은 ‘소주 안주’에 특화된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특히 점심시간에 이처럼 술과 함께 식사를 즐기는 분위기는 서울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라 신기하면서도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졌다.


주문 후 곧이어 밑반찬이 차려졌다. 김치, 쌈무, 콩나물 무침, 쌈장, 마늘, 고추 등 기본적인 찬들이었는데, 하나같이 집에서 해 먹는 듯한 투박하지만 정성스러운 맛이었다. 특히 겉절이 김치는 아삭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곧이어 메인 메뉴인 돼지 껍데기와 돼지 모듬이 등장했다.

넓고 둥근 불판 위에 숯불이 피워지고, 그 위에 돼지 모듬이 올라갔다. 치익, 소리와 함께 퍼지는 고소한 냄새가 정말이지 군침을 돌게 했다.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들을 뒤집으며 동료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다.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곁들여 나온 쌈무에 싸 먹어도 맛있고, 새콤한 김치와 함께 먹어도 꿀맛이었다.


이어서 등장한 돼지 껍데기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얇고 넓적하게 잘라져 나와 불판 위에 올리자마자 금세 부풀어 오르며 노릇하게 익어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콩가루에 찍어 먹으니 고소함이 두 배가 되었다. 껍데기에서 살짝 돼지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내 입맛에는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오히려 고소한 풍미를 더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이 집의 진정한 매력은 따로 있었다. 바로 식사 메뉴로 주문한 돼지국밥과 수육백반. 뽀얀 국물에 푸짐한 고기가 가득 담긴 돼지국밥은 뜨겁고 진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밥을 말아 후루룩 넘기니 온몸에 온기가 퍼지는 기분이었다. 밥 한 톨 남김없이 싹싹 비웠다. 수육백반 역시 부드럽고 잡내 없는 수육과 함께 나오는 쌈 채소, 김치 등과의 조합이 훌륭했다.
이곳은 단골들이 밖에서 직접 반찬을 가져와서 먹어도 아무런 제재가 없다고 한다. 그만큼 주인장께서도 손님들을 편안하게 대해주시는 듯했다. 계산하려는데 영수증을 주지 않으셨다. 어차피 우리는 구글 리뷰를 쓸 거라 영수증이 필요 없었지만, 이런 소소한 부분까지도 동네 식당 특유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동료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동래라는 지역의 특성상, 혹은 이곳의 분위기 자체가 ‘한잔’을 자연스럽게 권하는 듯했다. 왁자지껄한 소음 속에서 진한 고기 냄새와 함께 맛있는 음식들을 즐기니, 평범했던 월요일 점심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바쁜 직장인 점심시간에 방문하기에도 좋았고, 가성비 또한 훌륭했다. 다음번에는 저녁에 와서 맛있는 돼지 껍데기와 함께 소주 한잔 기울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땐 낮술의 유혹을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지만 말이다. 동래에서 제대로 된 돼지고기와 국밥을 맛보고 싶다면, 이 곳을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