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죽도시장에 들어선 순간, 북적이는 시장의 활기가 확 느껴졌어. 꽤 오래된 듯한 가게들이 줄지어 있고, 그 사이에서 특별한 간판 하나가 눈에 띄더라고. ‘평남식당’, ‘SINCE 1985’라는 글자가 새겨진 그곳, 여기가 바로 오늘 내가 맛볼 곰탕의 메카였지.

문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진한 곰탕 냄새가 코를 감쌌어. 예상했던 허름한 노포 감성이 그대로 느껴지는 공간이었지. 테이블마다 놓인 뚝배기에서 피어나는 김이 마치 이곳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달까.

뭘 주문할까 고민하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는 ‘수육’과 ‘곰탕’을 시켰어. 주문을 마치고 잠시 숨을 고르는데, 반찬들이 먼저 차려지더라고. 깍두기와 배추김치, 그리고 얇게 썬 양파와 매콤한 고추, 마늘까지. 이 기본 찬들만 봐도 왠지 모를 믿음이 생기는 기분이었지. 특히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서 새콤달콤한 맛이 곰탕과 환상의 궁합을 자랑할 것 같았어.

그리고 드디어 메인 메뉴 등장! 거대한 접시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 수육은 정말이지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어. 큼직하게 썰린 살코기와 부드러운 지방이 적절히 섞여 있었는데,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돌더라고. 곁들여 나온 파채와 함께 소스를 찍어 한 점 맛보니, 와우.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부드러움과 쫄깃한 식감이 조화롭게 퍼졌지.

이곳 수육의 진짜 매력은 잡내가 전혀 없다는 점이었어. 최상급 한우를 사용한 건지, 아니면 오랜 노하우 덕분인지 몰라도, 고기 본연의 깊은 풍미만 진하게 느껴졌지. 한입 먹자마자 텐션이 제대로 올라왔달까.

그리고 이어서 나온 곰탕. 뽀얗고 진한 국물 위로 송송 썬 파와 고기가 넉넉하게 떠 있었어.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모금 떠 마시는 순간,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흐르는 듯했지. 깊고 진한데도 전혀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개운함이 입안 가득 퍼졌어. 해장으로도 딱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단번에 이해가 갔어.

이 집의 놀라운 점은 수육을 주문하면 곰탕 국물을 인원수에 맞춰 제공하는데, 그 국물이 무한리필이라는 거야. 이게 무슨 말이냐고? 맑고 깊은 이 국물을 얼마든지 더 맛볼 수 있다는 거지. 첫 국물도 감동이었는데, 리필되는 국물까지 완벽하다니, 이건 정말 축복이었어. 밥을 말아서 깍두기 국물에 곁들여 먹으니, 든든함과 만족감이 두 배로 차올랐지.
이곳의 곰탕은 소머리 곰탕이라고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내 입맛에 안 맞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근데 나는 달랐어. 이 깊고 진한 맛은 나만 아는 맛이 아니라, 누구나 알면 반할 맛이라고 생각했지. 쌀쌀한 날씨에 뜨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할 때, 이곳 평남식당은 진가를 발휘할 거라고 확신해.
처음에는 시장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기대 반, 걱정 반이었는데, 한 입 맛보고 나니 왜 이곳을 ‘필수 코스’라고 하는지 알겠더라. 맛의 흐름이 꽤 선명했고, 깊고 진한 국물은 잊을 수 없는 여운을 남겼어.
포항 죽도시장을 방문한다면, 단순한 구경거리뿐만 아니라 이 뜨끈하고 깊은 곰탕 한 그릇으로 든든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