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본역 중심 상가에 자리한 ‘거북이동네 산본’을 처음 방문했을 때, 어떤 기대를 가져야 할지 사실 조금 막연했다. ‘삼겹살과 샤브샤브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독특한 메뉴 구성에 호기심이 생겼지만, 과연 이 두 가지 매력이 어떻게 어우러질까 하는 궁금증이 더 컸다. 가게 외관은 깔끔하면서도 정갈한 느낌을 주었다. 밤이 늦어가는 시간이었지만, 따뜻한 조명이 켜진 간판이 멀리서도 눈에 띄어 금세 찾을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은은한 조명 아래 정돈된 테이블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연기나 냄새로 가득 찬 고깃집과는 사뭇 다른, 쾌적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먼저 인상 깊었다. 가게를 둘러보니 직원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세심한 신경을 쓰는 모습이 보였다.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자리에 앉으니, 메뉴판에 적힌 ‘2주 숙성 삼겹살’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숙성을 통해 어떤 풍미를 더했을지 기대되었다.
우리는 가장 기대했던 메뉴인 삼겹살과 샤브샤브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마자 식사가 시작될 준비가 빠르게 이루어졌다. 테이블 중앙에는 곧 샤브샤브 육수가 끓여질 냄비가 놓였고, 곧이어 숯불이 준비되었다. 숯불 위에 올라갈 신선한 삼겹살을 보니 군침이 돌았다. 큼직하게 썰어 나온 삼겹살은 두툼한 지방층과 선명한 살코기 비율을 자랑하며 신선함 그 자체였다.

삼겹살이 숯불 위에서 익어가는 동안, 샤브샤브에 들어갈 채소와 버섯이 신선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배추, 청경채,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등 갖가지 채소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맑은 육수가 끓기 시작하자, 바로 채소들을 넣고 맛있는 향을 즐기기 시작했다. 갓 데친 채소에서 올라오는 은은한 단맛과 버섯의 쫄깃한 식감이 입안 가득 퍼졌다.

드디어 삼겹살이 노릇하게 구워졌다. 숯불 향을 머금은 삼겹살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육즙으로 가득 차 있었다. 첫 점을 맛본 순간, 2주 숙성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가 입안에 퍼졌고, 전혀 잡내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듯한 식감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함께 나온 쌈무나 곁들임 채소와 함께 먹으니 더욱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었다.

특히 이곳의 샤브샤브는 삼겹살을 먹는 중간중간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어 좋았다. 뜨끈한 육수에 데친 채소와 버섯은 삼겹살의 기름진 맛을 씻어내 주는 동시에, 또 다른 종류의 풍성한 맛을 선사했다. 육수가 졸아들수록 더욱 진해지는 국물은 깊은 맛을 더했고, 마무리로 국수를 넣어 먹으니 든든함까지 채울 수 있었다.

샤브샤브와 삼겹살을 번갈아 가며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어떤 순간에는 숯불 향 가득한 삼겹살에 집중했고, 또 어떤 순간에는 맑고 시원한 샤브샤브 국물에 몸을 녹였다. 두 메뉴의 조합이 이렇게 조화로울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혼자 와서 샤브샤브를 즐기는 손님도, 친구들과 함께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는 손님들도 모두 만족스러워 보였다.

가게 한편에 마련된 셀프바도 인상 깊었다. 삼겹살과 곁들일 장아찌류, 쌈 채소, 김치 등 기본적인 찬들도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었지만,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샐러드 종류가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는 점이었다. 매콤한 비빔국수 같은 메뉴도 있어, 입맛에 맞게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다. 갓 무친 듯 신선해 보이는 비빔국수는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식사의 마지막은 갓 지은 흰쌀밥 위에 노른자 세 개가 올라간 솥밥으로 장식했다. 뜨끈한 밥에 노른자를 터뜨려 비벼 먹으니, 왠지 모를 든든함과 만족감이 밀려왔다. 밥알 하나하나 살아있는 찰진 밥맛에 혀가 즐거웠다. 곁들임 찬으로 나온 갓김치나 깻잎 장아찌와 함께 먹으니, 앞서 먹었던 삼겹살이나 샤브샤브와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삼겹살 맛집을 넘어, 샤브샤브라는 또 다른 메뉴를 통해 풍성한 식사를 선사하는 곳이었다. 2주 숙성 삼겹살의 고소함,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 그리고 맑은 샤브샤브 국물의 시원함까지. 이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 끼 식사로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주었다. 직원분들의 친절함과 가게의 청결함 역시 편안한 식사를 돕는 요소였다.
특히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여 삼겹살에 소주를 곁들이거나, 가족과 함께 방문하여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을 때를 추천하고 싶다. 2주 숙성 삼겹살의 깊은 맛과 샤브샤브의 시원함을 동시에 경험하고 싶다면, ‘거북이동네 산본’은 분명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다. 다음에 산본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