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예원, 해초면 짬뽕에 반해버린 시골 할머니의 맛집 탐방기

아이고, 세상에! 오늘은 또 뭘 먹어야 입맛이 돌까 고민하다가, 옛날 할머니 손맛이 그리워지는 따뜻한 음식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예원’이라는 중국집을 찾아왔습니다. 울진은 언제 와도 참 정겹고 좋은 곳이에요. 시골 할머니집 마루에 앉아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처럼, 이곳도 그런 따스함이 느껴질 것 같아 발걸음이 절로 향했습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들이 정겹게 놓여 있네요.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정돈된 느낌이 드는 게, 어릴 적 시골집 부엌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주말 점심시간이 살짝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이 자리를 잡고 맛있게 식사를 즐기고 계시더라고요. “아이고, 이 집도 인기가 많구나.” 혼잣말을 하며 빈자리를 찾아 앉았습니다.

예원 내부 모습,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정겹게 놓여있다.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지는 예원의 내부 모습.

메뉴판을 보니 뭐랄까, 딱 봐도 정성이 느껴지는 이름들이 가득했어요. ‘죽변 짬뽕’, ‘해물수사짜장’, ‘간짜장’, ‘멘보샤’까지. 뭘 골라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죠. 하지만 할머니 마음에 제일 와닿았던 건 역시나 ‘죽변 짬뽕’과 ‘해물수사짜장’이었습니다. 특별한 메뉴가 있다는 말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거든요. 게다가 주변 테이블을 보니 짬뽕 국물 색깔이 예사롭지 않더라고요. 붉으면서도 깊은 맛이 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제가 주문한 건 ‘죽변 짬뽕’과 ‘해물수사짜장’이었어요. 탕수육도 궁금했지만, 오늘은 오로지 이 두 메뉴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는 동안, 주방에서는 분주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웍을 돌리는 소리, 채소를 써는 소리들이 어우러져 맛있는 음식 냄새를 솔솔 풍겨왔죠. 젓가락을 쥔 손이 절로 꼬물거리는 기분이었습니다.

먼저 나온 ‘죽변 짬뽕’! 아이고, 이 비주얼 좀 보세요! 그릇이 어찌나 큰지, 웬만한 팔보채 한 접시가 통째로 들어간 줄 알았습니다. 싱싱한 해산물이 정말이지 아낌없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통통한 오징어 한 마리가 떡하니 올라가 있고, 그 옆으로는 알이 꽉 찬 홍합과 싱싱한 새우, 그리고 큼지막한 게 다리 살까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습니다.

푸짐한 해산물이 올라간 죽변 짬뽕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푸짐한 해산물이 가득한 죽변 짬뽕.

이 짬뽕 국물 색깔이 참으로 오묘합니다. 붉은빛이 돌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지는, 마치 잘 우려낸 사골곰탕처럼 진득한 느낌이었어요. 한 숟갈 떠서 맛보니, 와… 이건 정말 할머니가 끓여주신 곰탕 맛이 났습니다. 해산물의 시원한 맛과 채소의 깊은 단맛이 어우러져, 한 숟갈 뜰 때마다 속이 편안해지는 그런 맛이었죠. 특히 이 짬뽕 면이 정말 특이했어요. 초록색을 띠고 있는데, 알고 보니 해초면이라고 하더라고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텁텁하지 않고 국물 맛을 더 살려주는 느낌이었습니다. 평소 짬뽕 국물을 잘 안 드시는 분들도 이 국물은 꼭 다 드시게 될 거예요. 저도 모르게 밥 한 공기를 시켜 말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죽변 짬뽕과 함께 나온 반찬들
신선한 재료와 깊은 맛이 일품인 죽변 짬뽕.

다음은 ‘해물수사짜장’입니다. 짜장면 하면 보통 검은색 짜장 소스가 떠오르는데, 이 짜장면은 녹색 면에 걸쭉한 검은 소스가 얹혀져 나왔습니다. 처음 보는 비주얼에 살짝 당황했지만, 역시나 이곳의 시그니처답게 기대감을 안고 한 젓가락 크게 비벼 보았습니다. 면발은 짬뽕과 마찬가지로 해초면이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고, 짜장 소스는 흔히 맛보던 단맛보다는 깊고 풍부한 감칠맛이 느껴졌어요. 짜장면에 기름기가 적당히 있어서 느끼하지 않고, 해산물도 꽤 많이 들어있어 씹는 맛이 좋았습니다. 마치 옛날 엄마가 넉넉한 인심으로 비벼주신 짜장면처럼, 푸짐하고 정겨운 맛이었죠.

해초면과 검은 짜장 소스가 어우러진 해물수사짜장
독특한 비주얼만큼이나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하는 해물수사짜장.
해물수사짜장을 비벼 놓은 모습
감칠맛 나는 짜장 소스와 쫄깃한 해초면의 조화.

먹는 동안 옆 테이블에서 주문한 ‘멘보샤’도 살짝 엿보았는데, 세상에! 저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멘보샤 좀 보세요. 특히 새우가 아닌 대게살로 만들었다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다음번엔 꼭 저 멘보샤도 맛봐야겠어요. 2조각은 금방 먹을 것 같다는 후기가 있던데,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바삭하게 튀겨진 멘보샤
겉은 바삭, 속은 부드러운 대게살 멘보샤.

저는 음식을 먹을 때 음식 맛도 중요하지만, 함께 일하는 분들의 친절함도 참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이곳 직원분들은 바쁘신 와중에도 하나하나 웃는 얼굴로 응대해주시고, 마치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처럼 친근하게 대해주셔서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아이와 함께 온 손님들에게는 숟가락과 포크를 세심하게 챙겨주시는 모습도 보였고요. 이런 따뜻한 서비스 덕분에 식당 분위기가 한층 더 좋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가격이 조금 비싸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이렇게 신선한 해산물을 아낌없이 사용하고 맛까지 훌륭한데, 후회가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정도 퀄리티에 이 가격이면 ‘잘 왔다’ 싶었어요. 양도 푸짐해서, 다 먹고 나니 배가 든든했습니다. 밥 한 톨 남기기 아까운 맛이었죠.

마지막으로, 사실 저는 탕수육은 아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튀김 옷이 너무 두껍거나 고기가 퍽퍽하면 손이 잘 안 가거든요. 그런데 이곳 ‘예원’의 탕수육은 튀김 옷이 적당히 바삭하고, 안쪽 고기는 부드러워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소스도 너무 달지 않고 적당해서, 찍먹도 부먹도 모두 잘 어울릴 것 같았어요.

울진에 오시면 꼭 한번 들러보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따뜻한 마음이 담긴 음식 한 그릇에, 마치 고향집에 온 것처럼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다음에 또 울진에 올 일이 있다면, 저는 망설임 없이 ‘예원’으로 다시 발걸음을 할 거예요. 그때는 꼭 멘보샤도 맛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