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1시간은 정말 눈 깜짝할 새 지나가버린다. 오늘은 뭐 먹지 고민하다가, 회사 동료들과 함께 남해 맛집으로 향했다. 평소 접하기 힘든 흑염소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 기대감에 부풀었다. 이미 입소문이 난 곳이라 웨이팅이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점심시간 살짝 지난 시간이라 바로 착석할 수 있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따뜻한 숯불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복잡한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이곳의 아늑하고 정겨운 분위기는 잠시나마 여유를 선사했다. 테이블마다 놓인 숯불 덕분에 훈훈한 온기가 느껴졌고, 벽면에는 유명 인사들의 사인이 걸려 있어 이곳의 역사를 짐작게 했다.

우리는 흑염소 소금구이와 양념구이를 모두 맛보기로 했다. 흑염소 고기는 처음 접하는 터라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큼지막한 숯이 활활 타오르는 화로가 준비되고, 그 위로 신선한 흑염소 고기가 올라갔다.

소금구이는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며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갓 익은 고기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자, 놀랍도록 담백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느껴졌다. 소고기의 부드러움과 오리고기의 쫄깃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맛이었다. 흔히 염소고기 하면 떠올릴 수 있는 누린내나 잡내가 전혀 없어서 더욱 깔끔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어서 양념구이를 맛보았다. 양념은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고기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소금구이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씹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나왔다. 두 가지 맛 모두 훌륭해서 어느 하나만 고르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는 양념구이가 소금구이보다 조금 더 손이 많이 갔지만, 둘 다 꼭 먹어봐야 할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즐기는 동안, 주인 할머님께서 가게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과거 방송 촬영팀이 방문했을 때, 유명 연예인이 넉넉하게 쏘고 갔다는 에피소드는 이곳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인지 짐작하게 했다. 벽에 걸린 낡은 사인들이 그 증거처럼 보였다.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반찬들이다. 토속적인 맛이 살아있는 반찬들은 메인 메뉴인 흑염소구이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김치, 나물 무침 등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은 집밥을 먹는 듯한 편안함을 선사했다. 함께 곁들여 나온 된장찌개 역시 구수하고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처음 방문이라 2인분 주문이 가능한지 살짝 망설였는데,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2인분도 가능하다며 흔쾌히 받아주셨다. 바쁜 직장인 점심시간에는 회전율이 중요하고, 2인분 주문이 어려운 곳들이 있는데 이곳은 그런 부분에서도 배려심이 느껴졌다.
혹시 흑염소고기에 대한 편견으로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이곳에서 꼭 한번 도전해 보길 권한다. 누린내 없이 담백하고 쫀득한 식감은 분명 새로운 미식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특히 소고기나 오리고기를 좋아한다면 더욱 만족할 것이다.
점심시간에 방문했지만, 흑염소구이는 저녁에 술과 함께 곁들이면 더욱 좋을 메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점심 메뉴로도 전혀 부족함이 없었고, 짧은 점심시간 동안에도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식당 뒷편에 귀여운 강아지들이 있다는 깨알 같은 정보도 얻었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들렀는데, 녀석들의 애교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남해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혹은 남해에서 특별한 식사를 원한다면 이곳을 강력 추천한다. 흑염소구이의 새로운 매력을 알게 해준 이곳, 다음에 또 남해에 오게 된다면 꼭 다시 찾고 싶은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