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네에서 꽤 유명하다는 백숙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황기 백숙’이라는 메뉴가 특히 인상적이라고들 하더군요. 한약재료로 우러낸 깊은 육수의 맛과 쫄깃한 토종닭의 조화가 일품이라며, 푸짐한 사이즈에 정갈한 반찬까지 곁들여져 만족스럽다는 평이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렇게까지 맛있을까?’ 하는 약간의 의구심도 들었지만, 곧이어 들려오는 긍정적인 후기들에 점차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과연 소문만큼 특별한 맛을 선사할지,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졌습니다.
주말 점심시간을 조금 피해 방문했을 때, 가게 외관은 예상보다 소박했습니다. 붉은 벽돌 건물에 커다란 빨간색 간판이 눈에 띄었는데, ‘학마루 토종닭·오리백숙’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예약 문의 전화번호도 함께 기재되어 있었는데, 인기가 많다는 것을 짐작게 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니, 입구에는 ‘이영자 PD의 먹거리X파일에서 검증’이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습니다. ‘착한식당’이라는 인증 표시도 눈에 띄어, 이곳이 괜히 유명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리문에는 ‘황칠 백숙’, ‘토종 백숙’ 등의 메뉴 안내가 붙어 있어, 어떤 메뉴를 선택할지 잠시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가게 앞에는 예쁜 꽃들이 심어져 있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건물에 생기를 더해주고 있었습니다.

내부로 들어서자, 은은한 조명과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딱딱한 분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습니다. 주말 점심시간을 살짝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몇몇 테이블에서는 맛있게 식사를 하고 계셨습니다. 벽면에는 다양한 메뉴 사진과 함께, 이곳의 철학을 담은 문구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메뉴판을 받아들고, 고민 끝에 황기 백숙을 주문했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가장 궁금했던 메뉴였기 때문입니다.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탁 위에 놓인 물컵과 숟가락, 젓가락 등이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는 것을 보며, 이곳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내 밑반찬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갓 담근 듯한 신선한 김치와 깍두기, 아삭한 콩나물 무침, 새콤달콤한 무절임 등 하나같이 맛깔스러워 보였습니다. 특히, 겉절이 김치는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습니다. 보통 백숙집에서는 김치나 깍두기가 메인 메뉴의 맛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의 반찬들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맛을 자랑했습니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황기 백숙이 등장했습니다. 큼지막한 찜기 안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백숙은 그 비주얼만으로도 압도적이었습니다. 뽀얗게 우러난 육수 위로 황기 특유의 은은한 향이 퍼져 나왔고, 그 위에 신선한 부추가 듬뿍 올려져 있었습니다. 닭 한 마리의 크기가 상당했는데, 성인 서너 명이 먹기에도 충분한 양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종업원분께서 직접 닭고기를 먹기 좋게 찢어주셨습니다. 부드럽게 찢어지는 살코기를 보니, 얼마나 정성껏 삶아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국물을 한 숟가락 떠 마셨는데, 정말 깊고 진한 맛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습니다. 일반적인 백숙 육수와는 차원이 다른, 은은한 황기의 향과 함께 여러 한약재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복합적인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습니다.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딱 알맞은 간에 깊고 구수한 맛이 더해져 계속해서 떠먹게 되었습니다.
이제 닭고기를 맛볼 차례였습니다. 토종닭이라 질길까 걱정하는 분들도 계실 수 있겠지만, 이곳의 닭고기는 정말 놀랍도록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웠습니다. 씹을수록 고소한 육향이 올라왔고, 잡내가 전혀 없어 누구나 맛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푹 익었지만 흐물흐물해지지 않고, 씹는 맛이 살아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밥과 함께 닭고기를 찢어 먹으니, 든든하면서도 건강한 한 끼 식사를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한약재료로 우러낸 육수 덕분인지, 먹고 난 후에도 속이 편안하고 든든했습니다. 마치 몸보신을 제대로 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백숙이라는 메뉴 자체가 다소 든든하고 포만감을 주는 음식이라 식사 후 약간의 나른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제대로 된 영양을 섭취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겠지요.
처음 방문한 사람으로서,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다만, 만약 아주 어린아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백숙 한 마리를 다 먹기에는 양이 다소 많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성인 서너 명이나, 또는 넉넉하게 드시고 싶은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맑고 깊은 국물 맛을 선호하거나, 쫄깃한 식감의 토종닭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만족하실 겁니다.
이곳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식사를 넘어, 건강과 맛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곳이라는 인상을 깊이 받았습니다. 다음번에는 오리백숙도 한번 맛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학마루’는 재방문 의사를 확실하게 심어준 곳이었습니다.